고요한 밤 거룩한 밤(새109 통109)
Silent night, holy night
작사 : 요셉 모어(Joseph Mohr, 1792~1848)
작곡 : 프란츠 그뤼버(Franz Grüber, 1787~1863)
이 찬송가는 요셉 모어 신부가 26세 때 작시했다. 그때는 그가 오스트리아의 한 작은 도시인 오벤도르프(Obendorf)에 있는 성 니콜라스교회의 신부로 부임한지 3년째 되던 해였다. 당시 이 교회의 오르간주자는 초등학교 교사인 31세의 프란츠 그뤼버였다. 1818년 12월 17일, 한 순회연극단이 “아기 예수 탄생”이라는 연극을 보여주기 위해 이 작은 마을에 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오르간이 고장이 나 잘츠부르크(Salzburg)에서 온 수리공이 이를 고치기 위하여 해체한 뒤 벌려놓았기 때문에 교회에서 연극을 할 수 없었다.
모어 신부는 한 가정의 응접실을 빌려 마을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연극을 관람케 했다. 모두가 아는 내용이고 해마다 보는 연극이지만 그날 밤의 연극은 매우 감동적이었다. 연극이 끝난 후 모어 신부는 뒷산에 올라갔다. 흰 눈이 덮여 어슴프레 보이는 오벤도르프 마을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고요하고도 맑은 밤, 주위는 정적에 묻힌 거룩한 밤이었다. 문득 모어 신부의 머리에 참으로 아름다운 찬송시가 떠올랐다. 평생 시라고는 써보지 않은 모어 신부였지만 지금의 감동과 자신도 주체하기 어려운 감격을 억누르기 어려웠다. 집에 돌아온 모어 신부는 조금 전 떠올랐던 시상의 내용을 종이에 옮기기 시작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성탄절을 지키는 한, 없어지지 않을 전 세계인의 찬송시가 이렇게 탄생된 것이다. 다음날 아침 모어 신부는 반주자인 그뤼버를 불렀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찬송시를 주면서 곡을 붙여보라고 했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전야가 되었다. 오르간이 고장났으므로 그뤼버는 작은 기타를 하나 가지고 나왔다. 그의 손에는 모어 신부가 준 찬송시에다 곡을 붙인 악보가 들려 있었다. 모어 신부와 나란히 서서 그뤼버는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 유명한 찬송의 첫 연주였다. 이 아름다운 찬송가는 순식간에 회중들의 가슴에 젖어들었고 그들은 이를 수십 번 되풀이 하면서 밤이 새도록 부르고 또 불렀다.
그날 저녁, 이들과 같이 지낸 오르간 수리공은 너무도 아름다운 이 찬송가의 가사와 악보를 적어 가지고 잘츠부르크로 돌아갔다. 그리고 당시 카롤리네(Caroline), 요셉(Josehp), 안드레아스(Andreas) 아말리에(Amalie)등의 어린이로 조직된 「슈트라써」(Strasser) 어린이 합창단이 전 유럽을 순회하면서 명성을 날리고 있었는데 이들에게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의 찬송곡이 전해졌다. 슈트라써 어린이 합창단이 이 찬송을 유럽의 여러 연주장에서 부르자 이 찬송가는 삽시간에 퍼지게 되었다. 오벤도르프의 한 자그마한 마을 모어 신부, 그곳의 교사였던 오르간 연주자인 그뤼버, 그리고 고장 난 오르간의 수리공은 비록 뛰어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그럴만한 여건을 갖춘 도시적인 배경을 가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위대한 찬송을 탄생시킨 것이다. 이는 실로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가 아닐 수 없다.
(작품분석) 이 곡의 선율적 구조는 우선 매우 단순하다. 즉, 보조음적 진행 후에 3도 도약음정으로 마무리되는 마디 1의 음형은 이후의 모든 마디에서 반복되는 것이다. 물론 이 음형은 종종 변형되는데, 예로서 마디 3에서는 보조음적 진행이 같은 음에 머무르는 진행으로 바뀌는가 하면, 마디 4에서는 3도 도약음정이 4도 음정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마디 5와 7에서는 마디 3과 마디 1의 리듬이 합쳐져 새로운 음형을 탄생시킨다. 반면에 마디 6과 8에서는 마디 1의 음형이 반복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새로운 음형과 원래의 음형이 합쳐져 그 전까지 한마디단위로 진행하던 프레이즈가 이제 두마디단위로 확대된다는 것이다. 마디 1의 음형이 마디 2에서 반복된 것처럼 마디 5-6의 음형은 마디 7-8에서 반복된다. 마디 9에서는 마디 5의 음형이 선율적으로 변화되어, 순차 하행하던 진행은 도약 하행하는 진행으로 바뀐다. 음역은 전체적으로 높아져 마디 9에서는 eb’’음까지 올라간다. 마디 10에서는 이 곡에서는 처음으로 3도 상행 도약하는 연속적인 점4분음이 나타나는데, 이를 통해 음악적 긴장은 고조된다. 마디 9에서 시작된 분산화성적 음정진행은 마디 11-12에서도 지속되는데, 그 가운데 마디 11의 연속 하행진행은 마디 3-4의 음형을 연상시켜 음악적 통일성을 이룬다.
등록일자: 2010. 3. 5
문영탁/나진규